현상과 상상이 결합된 또 다른 공유지대

박양우(재단법인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요즘 온라인은 가히 무풍지대이다. 필요에 따라 온라인을 이용한다기보다는 어느새 온라인 세상에 온통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필요한 간편 생활상식과 분야별 전문인들의 지식백과, 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일상부터 거대 이슈의 공론장까지, 때로는 망각과 은폐 속에 묻어진 과거의 흔적이나 지구 반대쪽은 물론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새롭게 개발되고 시도되는 다양한 인간 두뇌 활동들까지 그야말로 동서고금이 실시간으로 나와 연결되는 열린 공간이다.

세대와 문화와 권역의 경계도 없고 지식과 정보가 루트와 상관없이 동시다발로 즉각 즉각 연결되는 이 불확정성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런저런 정보와 욕망들이 수없이 소비되고 재생산되며 끊임없이 증식되어간다. 그런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현재에 대한 회의와 반작용으로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대립 갈등이 일면서 이를 넘어서는 대안 모색과 뒤집기로 새판을 짜기도 한다.

‘포스트’라는 이름으로 광풍처럼 휩쓸어오곤 하는 이런 문화 현상들은 경계심과 저항감, 또는 호기심과 흡인력이 교차되는 묘한 혼돈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내고, 마침내 어느 시점에선가 주류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새것에 대한 호기심과 신선한 즐길 거리에 목마른 문화 유목민들은 그것이 비록 날것의 생경함이나 더러는 지극히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거나 맹목적 쏠림일지라도 거친 저돌과 자극에 맹렬히 환호하고 동조하며 괴물 같은 무형의 집단 생명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포스트-온라인’이라 설정한 «눈» 6호의 특집 주제는 이런 사회문화적 현상과 흐름에 대한 분야별 전문 활동가들의 진단과 제언을 모아보는 장이다. 미학자와 사회학자, 철학자, 문학비평가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전문 분야 활동가들의 시대를 읽는 관점과 해석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거대한 부유물들의 실체를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저변에 침잠된 사회문화의 이면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만이 아닌 생각과 관심과 소비의 트렌드에 담겨진 시대의 속내를 우리 스스로 진단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 특집 주제에는 현상에 대한 명철한 진단과 분석이 자연스럽게 ‘이후’에 대한 탐색과 제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지금의 시대를,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동시대를 미지의 ‘이후’를 열어가는 단초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포스트’란 사실은 현재를 디딤대 삼아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제11회 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을 무엇을 하는가)’를 탐구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드러나지 않은 가상과 상상의 그 어떤 세계, 그 미지의 세계를 탐구해나가는 접근 과정과 공유가 올해 비엔날레를 꾸며가는 핵심이다. 당연히 제8의 기후대는 기초 단위인 1, 2, 3, 4…… 등으로 구분된 기존 현상과 현실, 상상 가능한 것들로부터 그 너머를 꿈꾸어보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세계이다.

예술은 세상 무수한 존재들 간의 교감을 이어낸다. 여기에 창조적 상상력으로 빛을 더하며 아직 가늠조차 되지 않는 세계로 길을 열어나간다.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지금의 현실과 그 속에 뒤엉킨 낯선 현상들, 전혀 접해보지 못한 다른 세계, 아예 지금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듯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신하고 매개하고 길을 내는 일이 예술의 역할일 것이다.

‘온라인’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이다. 동시에 그 안에 세상의 숱한 현상과 이면이 뭉뚱그려진 우리 사회의 한마당이다. 물론 온오프만으로 구분할 수 없는 다종다양한 현상들이 지금의 현실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상의 희망과 또 다른 가치를 찾아가는 문화 활동가와 예술가들의 족적은 ‘현상 너머’ 또는 ‘지금 이후’에 대한 기대를 안고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들이기도 하다. ‘포스트-온라인’은 지금과 이후를 동시에 엮어내는 화두인 셈이다.